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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직전 - 연금술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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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타 케이분 화집 (おおた慶文畵集) - 惹かれて(1991)




우리에게는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로 더 유명한 일러스트.
오랜만에 오오타 케이분의 화집을 꺼내어 들었다.

화집 안쪽에 기록한 날짜는 1992년 4월 13일.

벌써 14년전 일이다.
그동안의 세월이 말해주듯 책표지는 때가 꼬질 꼬질하게 끼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세길겸스캐너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몇 장을 스캔해 보았다.

<
おおた慶文畵集 -惹かれて / 1991.9.15. サンリオ刊>






1980년대 중후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세대들에게 이 그림은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오타 케이분의 작품이라는 사실보다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에 등장한 삽화로 더 잘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서정윤 시인이나 청하출판사 사장이 저작료를 지불하고 그림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서정윤은 영남대에 재학중일 때 학교 교지에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로 시작하는 몇편의 시(詩)를 발표했다. 이 시는 영대교지를 통해 여러 학생들을 거치는 동안 작가미상의 시로 둔갑하여 연인들의 편지에 자주 인용되는등 나름대로 인기를 얻게된다.

몇 년후 영남대 국문학과 졸업한 서정윤은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월간지 '현대문학'에 등단까지 했지만 시인의 꿈을 접고 만다. 독자의 입맛에 맞추는 시를 쓰기보다는 자신이 쓰고 싶은 시를 쓰겠다는게 그 이유였다. 얼마후 그는 중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으며 시인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1987년 어느날. 교사 서정윤은 그동안 집필한 원고를 들고 서울의 한 출판사를 찾는다. 하지만 그 출판사는 계속되는 적자로 직원 한 명없이 빈 사무실만 남아있는 말 그대로 무늬만 출판사인 그런 곳이었다. 서정윤은 이 출판사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집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자금이바닥난 출판사 사장은 난색을 표하지만, 출판을 의뢰한 상대는 자신이 사비를 들이겠다는 말을 해왔고, 그렇게 출판은 이루어 진다. 여기서 청하출판사 사장은 약간의 자금을 보태 몇몇 서점으로 약간을 납품하기도 했다. 정식 데뷔는 아니지만 그렇게 기다려왔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첫 시집.

이 시집은 여느 시집처럼 독자에게 읽히기 위함이 목적은 아니었다.단지 시인의 꿈을 접어야 했던 서정윤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시집을 갖고 싶어했다는 것과 그것을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위함이 전부였다.이 책의 제목은 홀로서기, 서정윤 지음, 청하출판사 발간 이었다.





서정윤 시인의 이 시집은 언제 부터인가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연습장 표지에 실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다름이 아닌 오오타 케이분의 미소녀 그림과 함께 말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오오타 케이분의 일러스트와 '홀로서기'는 정말 잘 맞는 궁합이었다. 그의 일러스트를 보면 홀로서기가 생각났고, 홀로서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오오타의 일러스트가 따라다녔으니 말이다.

연습장 표지로 그의 시가 알려지면서 청하출판사에는 재판을 요구하는 서점들의 전화가 쉴세 없이 걸려왔고, 곧 서정윤의 홀로서기는 베스트셀러라는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 오르게된다. 국내 출판계에서 지금도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인 단일 시집 최초로 100만부 판매라는 대기록과 얼마후 150만부 판매. 2002년 11월에는 소설도 넘기 힘들다는 300만부의 판매까지..
당시에서는2천부 이상 팔리지 않는 시집이 부지기수였음을 생각할때, 그야말로 초 베스트셀러였다.

홀로서기는 1987년 몇 백권의 초판을 찍어낸 이래 그해에만 60여만 부가 재판되었다. 덕분에 다 쓰러져가던 청하출판사는 월세도 못내던 작은사무실을 버리고 출판사빌딩을 신축하기도 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근처에 다른 빌딩도 하나 매입했다던데 ..

지금도 궁금한 것은 그 연습장 표지에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를 실은 인물이 누굴까 하는 것이다.

청하 출판사 사장이 나름대로 고육지책을 펼친 것인지, 영남대 재학시절 동문이 연습장 제조업을 하다가 우연히 이 시집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짜낸 것인지, 아무튼 오오타의 화집에 약간의 시(詩)가 실린 것이 홀로서기에 이어진것은분명한데...

이 부분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궁금하기만 하다.


참고로80년대학생들이 사용하던 연습장의 표지는 접착식 앨범 처럼 되어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표지를 꾸밀 수 있었다.


이후, 청하 출판사 사장이나 서정윤 시인이 오오타 케이분에게 저작료를 지불했다거나, 직접 만나 거하게 한턱냈다거나 하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는고마움을 갖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지도...)

* 현재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문학수첩에서 발간한다.

2006 blog (c)upto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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